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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간 읽은. 네권의 책. (4) 2010.05.03

그간 읽은. 네권의 책.


#.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 - 에쿠니 가오리

에쿠니 가오리의 결혼 후, 결혼생활을 테마로 한 에세이 모음집.
경은 언니의 소개로 알게 된 이 책이 내게는 또 다른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다.
결혼도 하지 않은 네가 무슨 공감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결혼을 했다면 한대로, 하지 않았다면 또 하지 않은 그대로. 감정 하나 하나에 많이 공감이 된다.
에쿠니 가오리의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그녀가 조용히, 하지만 강하게 풀어나간 이 에세이집 만큼은 자꾸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생각해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올린 풍경에.              
      
                   - 에쿠니 가오리,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 중에서.




#. 탱고 - 구혜선이 그리고 쓴.

정말 기대없이 집어들었는데, 정말 많은 공감을 하며 읽었다. 

그녀가 소설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마치,
그녀가 내게 조곤조곤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기도 했고.
내가 조심스레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소설이지만. 스물아홉 연이라는 여주인공이 느끼는 감정 하나 하나가
스물아홉의 내가 겪었었고, 또 서른의 내가 겪고 있고, 그 이후의 내가 겪어 나갈 것들이었기에,
몰입해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심지어 끝에 가서. 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으니까.

이 모든 것은 언젠가 다 지나갈 것이니, 흔들리는 자신을 아껴주고 헤매는 자신을 질책하지 않길 바란다는.
어떤 일 앞에서도 자신을 신뢰할 수 있기를. 당신은 반드시 행복해질거라는.
그녀의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싶다.

더불어. 순수하기 때문에 우리는 방황하는 거라는 말까지.


어떤 남자는 내가 그토록 헌신을 다했음에도 나를 떠나쓴데, 또 어떤 남자는 자신에게 그리 관심도 주지 않는 내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려 한다. 그 사람은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랑과 물질 모두를 주려 하는데, 이번에 ㄴ내가 아니다. 이렇게 엇갈리고 마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연애란, 그리고 사랑이란 원래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사랑을 받고 주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문제였던 걸까.

                 - 구혜선, 탱고 중에서.



# 보통의 존재 - 이석원 산문집.

언니네 이발관 리더인 이석원이 낸 산문집.
노란색 표지가 너무나도 예쁜. 그래서 구입하게 된. 산문집이었는데.
이토록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을 줄은 몰랐다.

스스로를 나이탐험가라고 말하고, 이 모든 것은 어느날 자신이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섬뜩한 자각을 하게 된 어떤 사건으로 부터 비롯되었다고 첫 페이지에 소개한다.

보통의 존재인 서른 여덟의 그가 하는 고민들과 생각들은 서른의 나도 결국 매일 하는 고민과 생각들이니,
그때에도, 지금도 끊임없이 생각을 반복하게 되는 건. 어차피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저. 답이 없다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어차피 보통의 존재들이니까. 늘 그랬듯. 어려울 거 없지 않을까.


두려움.

세상의 수많은 두려움 중에서
아주 일상적으로 언제나 마주치는 것.

거절당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  이석원, 보통의 존재 중에서.



#. 풀밭위의 식사 - 전경린 장편소설

전경린. 참 많이 들어서 알고 있는 작가인데. 난 한번도 그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희안하다. 알면서, 읽어본 적 없다니.
전경린은 연애소설을 참 잘쓰는 작가라고 소개된 글을 봤었다.
연애소설이라는 네글자가 주는 흔함이 싫어서 어쩌면 읽지 않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그런 연애소설이 아니라, 사랑, 그 안에서의 가장 고독한 내면들을 잘 표현해 낸다는 누군가의 평을 보고, 가장 최근 발표한 풀밭 위의 식사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오늘 저녁, 두시간 만에 마치 아무 생각도 못한 채 빠져들었다.

현재의 이야기가 앞뒤로, 그리고 중간에 그녀의 과거이야기가 일기 형식을 통해 펼쳐진다.
물론, 일상적이지 않은 이 사랑에 대한 이해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그녀가 풀어내는 사랑의 감정들은 마치 내 속을 들킨 것 같이 섬세하다는 점 하나만큼은 짚고 넘어가고 싶다.

나. 그녀의 책을 찾아서 하나하나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기록을 하는 것이 두렵다. 그런데도 나는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누가 읽을까봐 무서워하면서, 나는 쓴다.


"어떤경우에도, 나를 용서해주세요"
나는 두려움을 누르며 말했다.
"용서라니. 네가 잘못할 일이 뭐 있겠니? 어떤 경우에도 너를 예뻐할게.
그러니, 너는 어떤 경우에도 나를 용서해라."
그는 내 방에서 밤을 보내고 이른 아침에 빈속으로 떠났다.

                - 전경린, 풀밭위의 식사 중에서.




- 이 책들이 모두 우연에 의해서 나와 만나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내가 그렇게 빠져들었다는 점에서.
   나는. 앞으로도 이 우연이 계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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