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in Tokyo - 도쿄. 일상의 풍경 둘.

조용한 그들의 일상 속에서 말없이 머물렀다가 돌아오는 것. 말없이 그 안에서 나의 일상, 챙기고픈 기억들을 다시 담고, 털어낼 것은 조용히 묻어두고 돌아오기. 그것이 어디로 떠나든 내 여행의 목적이다.

그리고 그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살고 있는 동네의 골목 골목을 들여다 보는 것임을 알기에. 어김없이 나는 또 야나카 재래시장을 가는 김에 그 동네를 구경해보자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동네 골목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D

마음껏 떠올리고 조심스레 골라내어 어떤 것들은 예쁘게 다시 포장하고, 어떤 것들은 한쪽에 잘 묻어주고.   

사실 난 일어를 못한다. 간단히 아는 몇개의 단어를 엮어 길을 물어볼 정도는 되지만.
내가 할 줄 아는 몇 마디 이외에는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그리고 히라가나 조차 다 까먹었으니. 사실 이건 절대로 "몇 마디는 할 줄 알아요"라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이 곳 저 곳에서 보이는 가게들이 뭘 하는 곳인지 그냥 간판만 봐서는 절대 알 수가 없다. 가까이 가서 보고 뭘 파는지 봐야 겨우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뭐랄까. 관심가는 이성이 생겼는데, 그냥 봐서는 잘 모르겠고, 상대의 마음을 하나 둘 알아내기 위해 한걸음씩 다가가는 것처럼. 모르는 곳에 가면 그런 재미가 있다. 그런 묘미를 느끼기 위해 골목을 돌아다니는지도 모르겠다. ... 그래도, 그냥 딱 봐서 알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그 마음, 여전히 한 구석에 가지고서 말이다.

왠지 토토로나 뭐 그런데 나오는 집 같은 느낌이 든다. 꽃에 물을 주는 너무 예쁘게 나이 드신, 아직 소녀같은 느낌의 할머니 한분을 상상한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예쁘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저 돌을 하나 하나 밟고 가장 안쪽의 집에 도착하면.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센과 치히로의 모험같은 그런 독특한 세상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난 저 안쪽까지 가보지 못했다. 아직은 내 현실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뭐 그런 진부한 이유때문이 아니라, 조금만 솔직해보자면, 지금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현실로 돌아오고싶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 너무나도 딴세상놀이에 심취해 있었다. 어쩌면 아직도.
 
어딜가도 볼 수 있고, 익숙해서 더 반가운 도라에몽!
내 어떤 예쁜 소녀 칭구가 그랬다. 내가 웃을 때 눈이 작아지고, 입이 세모모양이 되어 꼭 도라에몽같다고. 편한 사람들과 있을 때, 좋은 사람들과 있을 때, 나도 모르게 나오는 그런 큰 웃음이 있다. 아마도 그 웃음의 표정이리라. 그녀만이 볼 수 있던 웃음이리라. 그래서 그녀의 전화번호부에 난 몽몽이로 저장되어있다. 그래서 더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저 몽몽이.

당신 혹시. 나의 저 웃음을 기억하나요.
내 표정이 무섭다고, 원래 그러냐고, 원래 잘 안웃냐고.
하지만 난 당신과 있을 때 분명 저렇게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예쁜 길엔 조용히 앉아서 하늘까지 담아보기.
올려다보기. 내려다보는 것 만큼 중요한.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 상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알 수 있는. 어쩌면 상대도 알고 있을지 모르는.
저 길 어딘가에서 걸어올라오거나, 나 혼자 조용히 그 뒤를 총총걸음으로 쫓아가다 흠칫 놀라 멈추거나. 
그런 누군가를 좋아하면 갖게 되는 느낌들. 

그저 마지막으로 둘러본다 생각했다.
함께했던 한 곳, 한 곳 돌아가 그대를 그렇게 매일 조금씩 놓아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가서야 알았다.
난 아직도. 그대가 어딘가에서든 나타나 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걸.
난 아직도 그렇다.

- 결국 내려놓지 못하고 돌아왔다던 친구의 여행이 조금은 느껴졌던 순간.
그 순간의 사진. 
  


곳곳에 저런 귀여운 산타할아버지들이 선물을 주러 올라가고 있었다.
대낮에 겁도없이! 나한테 딱 걸렸지요! 늦었지만, 그 날의 나에게, Happy Christmas! :D



많이 기억하고. 많이 상상하고, 많이 내려놓았던 도쿄의 일상 둘. - 야나카의 골목 풍경. 




2010.12.22-25. 엣지 in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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